▣ 개요

 

말 그대로 기존 항공사보다 싼 가격에 항공권을 파는 항공사.

 

주로 미국 또는 호주나 유럽같이 땅은 넓고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을 중심적으로 1990년대 이후로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존 항공사들에 비해 싼 가격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부각되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다만 저가 항공사의 정의 자체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스스로 저가 항공사라고 자칭하거나 그냥 저가 항공사같으면 그렇게 부르는 게 일반적이며, 특히 기존 항공사의 저가 항공 계열사는 이런저런 서비스 항목이 추가되거나 마일리지까지 공용되기도 한다. 아울러 서비스 형태는 유사하지만 주로 여행사를 상대로 저가 항공권을 대량 판매하는 항공사(Charter airlines)와는 별개로 취급하는 편이다.

 

가격은 싸지만(일반적으로 기존 항공권의 50 ~ 70% 수준에서 가격 형성) 땅을 파서 장사를 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니 비용절감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 가격을 낮추는 방법

 

▶ 기종의 선택과 집중

 

여러 기종을 동시에 운용하는 경우 저가 항공사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우선, 새 항공기 기종을 들여올 때 그 기종에 알맞는 정비사나 기타 관리자는 물론이고 기장 또한 새로 양성해야 한다. 안전 관리 규칙이 각 기종별로 다르게 적용되는 것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거기에 장기 운용에 따른 유지비용까지 포함하면 여러모로 저가 항공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그래서 기종을 단일화시키는 비용 삭감 정책을 쓰게 된다. 실제로 국내선에 올인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보잉 737기만 680대를 운용한다. 세부기종은 약간 다르긴 하지만 737기가 많기론 독보적이다. 한국의 저가 항공사도 다르지 않아서 제주항공은 737기만 26대를, 진에어는 737기 19대와 777기 4대를, 에어부산은 A321, A320기를 중심으로 운용하고 있다.

 

단거리에는 대체적으로 연비가 높은 터보프롭기를 대거 투입하고, 수요가 많아 제트기를 투입할 경우 보잉 737기 또는 에어버스 A320기같은 고밀도 중단거리 수송용 여객기를 투입한다. 다만 제트스타, 에어 베를린, 에어아시아 X처럼 A330기를 도입해서 장거리 국제선에 쓰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는 진에어가 저가항공사 최초로 B777기를 도입하였다. 이에 자극받은 에어부산은 A330기 도입계획을 부활시켰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이 저가 항공사 시대를 공고히하고 있다. 여기에 유-스카이, 코리아익스프레스 등이 소형여객기 시장에 합류하고 있다.

 

 

 

 

▶ 단거리 노선 치중 및 도미넌트 전략

 

대부분의 저가 항공사는 단거리 직항 수요에 치중한다. 통상 항공사들은 허브 앤드 스포크 전략을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 및 장거리 항공사로의 확장을 도모하는데 비해, 저가 항공사들은 같은 값으로 비행기를 여러 번 태워줘야 하는 환승객은 무시하고 단거리 직항 수요에 치중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저가 항공사는 경유편 예약 자체를 아예 제공하지 않으며 같은 이유로 737기와 A320기로 커버가 안되는 데다 기본 서비스 수준이 높아지는 중장거리 노선도 무시한다.

 

이 때문에 적게는 하나에서 많아봐야 5 ~ 7개 정도의 운항 허브를 중심으로 노선망을 전개하는 기존 항공사들과 달리, 규모가 커지는 족족 운항 베이스를 늘리는 저가 항공사가 많다. 극단적으로 라이언에어는 65개, 이지젯은 25개의 운항 베이스를 공식적으로 굴리면서 거미줄같은 노선망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대형 항공사의 입김이 적은 지역에서 도미넌트 전략(프랜차이즈 등에서 국지적으로 높은 점유율을 얻도록 출점을 집중하는 방식)을 추구할 수 있으며, 심하게는 동유럽과 같이 기존 국적 항공사들이 나가떨어지는 일도 가능하다. 한편 북미나 유럽과 달리 규제 완화가 덜 된 지역에서도 에어아시아나 제트스타 항공처럼 인접국에 관계사를 세우면서 규제를 회피해 확장을 이어가는 예가 있다.

 

 

 

 

▶ 인터넷의 적극적인 활용

 

기존 항공사의 경우 인터넷 이외에 여행사를 통한 대행 예약도 가능하고, 결제 기한도 여유있는 편이지만 저가 항공사들은 인터넷 예약과 동시에 결제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는 철도나 버스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인데 일단 돈을 받고 표를 주는 식이기 때문에 결제를 하지 않는 것으로 인한 공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하지 않고 항공사가 직접 표를 파는 구조를 택하여 여행사로 돌아가는 수수료도 대폭 줄이고 본사 콜센터의 인원을 줄일 수 있기도 하다. 물론 이 때문에 고객들은 자신이 직접 예약에서 결제까지 해결을 해야하기 때문에 좀 불편한 편이지만 불편함보다는 돈이 아쉽고 인터넷에도 익숙한 젊은 세대는 이 편을 선호한다. 한편 저가 항공사의 항공권은 먼저 예약을 할수록 가격이 싸지는 특징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최대한 현금을 미리 확보함과 동시에 미리 미리 만선을 채우기 위해 승객에게 제공하는 항공사의 유인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 이벤트 등으로 특가 서비스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이런 경우 정말 눈물의 땡처리 같은 느낌이 풀풀 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 기내 서비스의 최소화

 

저가 항공사는 퍼스트 클래스 같은 등급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전석을 이코노미석으로 해서 최대한 승객을 많이 태울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렇게 운용하는 기재를 single class라고 하며 덕분에 2-class 운용을 염두에 두고 갤리 자리에 창문을 만들지 않은 기체의 경우 창문이 없는 열이 탄생하기도 한다.

또한, 좌석이 좁은가의 문제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유럽이나 아시아의 저가 항공사에서는 좌석 간격이 28 ~ 30인치 수준으로, 30 ~ 34인치를 제공하는 기존 항공사에 비해 명백히 좁다. 그러나, 승객 근수가 다르고 노선이 길어지는 미국에서는 사우스웨스트 등이 31 ~ 32인치로 기존 항공사와 같고, 제트 블루는 아예 33 ~ 38인치로 더 넓다. 반대로 스피리트는 28인치이다.

 

주문형 비디오도 서비스 최소화를 위해 삭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를 통해 기자재 비용, 컨텐츠 비용, 유지보수 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진다.

 

기내 서비스의 유료화로 기내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유료이다. 미국 저가 항공사는 과자 한 봉지나 음료 정도는 주지만 유럽 저가 항공사에서는 모두 돈 주고 사 먹고 마셔야 한다. 덤으로, 기내에서 판매하는 음식값은 공항 내 음식점 등에 비해 더 비쌀 수 밖에 없다. 단, 기내 음식물 반입을 통제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점을 이용해서 음식을 싸들고 가서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자마자 풀어서 먹는 용자들도 존재한다. 갈 데까지 간 경우 유럽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는 기내 화장실 사용에도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쓰기도 했다.

 

수하물 수수료는 좀 분분하다. 대부분의 비 북미권 저가 항공사들은 무조건 유료이지만 미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델타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이 국내선에서 짐 한개부터 하나 당 23달러씩 수수료를 물리는 데 비해 미국의 다른 저가 항공사들은 대부분 짐 1개까지는 무료로 실어준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국내선 짐 2개까지 무료이다. 이게 많으면 왕복 100달러가까이 절약이 가능해서 저가 항공사의 홍보에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다.

 

요즘은 기내에 들고 들어가는 휴대 수하물에도 요금을 물리는 경우가 있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저가 항공을 이용할 때는 미리 확인해 보는 게 좋다.

 

 

 

 

▶ 빨리빨리

 

보통 대형 항공사들은 한 두시간 걸리는 기내 정리를 저가 항공사들은 15분에서 30분 이내에 해버린다. 이 방식은 기체를 빨리 돌린다고 해서 '퀵턴'이라고 부른다.

 

퀵턴은 사우스웨스트가 처음 시도한 방식인데 사측에서도 불가능할 거라고 했던 걸 직원들이 해냈다. 2008년 기준으로 사우스웨스트 항공기가 도착하면 15분만에 다시 탑승이 시작되고 25분 내에 다른 행선지로 출발한다. 유럽쪽 저가 항공사들은 퀵턴을 더 빡빡하게 해서 20분이나 15분 내에 맞추는 곳도 있는 듯하다. 애초에 기내에 담요도 없고 기내식도 없고 항공화물 운송도 안 하는데다 운용하는 기체가 대체로 737급으로 작기 때문에 가능하다. 덧붙여 원래 공항 사용료 절감을 위해 탑승교 대신 원격주기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퀵턴에 유리하다.

 

퀵턴을 하게 되면 한정된 수량의 기체로 더 많은 운항횟수를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수입을 올리는 데 좋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렇게 줄인 30분이 모이고 모이면 하루에 운항 한 번 더 할 시간이 나온다. 이륙도 안했는데 승무원의 얼굴이 왠지 퀭하다면 십중팔구는 퀵턴하는 여객기이다.

 

 

 

 

▶ 중간 취소를 막는 비싼 수수료

 

기존 항공사에 비해 예약상의 오류 등을 수정하거나 취소할 때 물리는 수수료가 굉장히 비싼 편이다. 저가 항공사들은 자리가 하나 비면 큰 손해가 나기 때문에 수수료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센 편이다. 보통 비행기 한 편 바꾸는 데 운임의 절반씩 나가는 경우가 많다. 좀 비싼 옵션으로 구입했을 때는 별도의 수수료가 안 나가지만 저가 항공사의 특가 이벤트를 통해 구입하는 좌석은 취소할 때 환불되지 않는 경우도 간혹 있다.

 


▶ 저가 항공사용 저가 공항

 

각 도시마다 메인 공항이 있고 그보다 떨어진 교외의 소도시에도 공항을 구비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은 이착륙 시 공항에 납부하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서 메인 공항을 피하고 교외의 중소규모 공항으로만 취항한다.

 

문제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절약되지만 손님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각 도시의 대규모 메인 공항에는 적어도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대중 교통수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확보되어 있어 시내 진입비용은 교외의 공항보다 저렴하다. 게다가 외국의 택시값은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비싸다보니 특히 교외에 있는 공항에서 시내 진입하는데 들어가는 택시값이 비행기 표값과 맞먹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비행기 표값 + 시내 진입 비용을 계산하면 승객 입장에서는 대형 항공사 이용시와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사실 아일랜드의 라이언에어나 미국의 얼리전트 항공을 제외한다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저가 항공사는 그리 많지 않다.

 

 

 

 

▶ 그러니까 무조건 줄여!

 

항공권도 값싼 재질을 활용해 인쇄비를 아낀다. 마그네틱 식의 항공권이 아닌 바코드 입력식의 영수증 같은 항공권을 발권하여 이와 관련된 비용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심지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리즈 시절에 재활용이 되는 플라스틱 보딩패스를 쓰기도 했다. 볼품없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건 아니어서 최근에는 비용절감 차원으로 기존 항공사들도 국내선에는 이런 방식의 항공권을 쓰는 경우가 많다. 델타 항공은 국제선 환승여정 정도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영수증 한 장으로 때운다. 단, 보딩패스 수집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손해보는 기분이다.

 

승무원 및 지상요원들의 유니폼을 값비싼 제복이 아닌 비교적 싸게 조달할 수 있는 폴로셔츠에 면바지로 한다거나, 선도나 선물거래 같은 것을 통해 유류 헷지로 기름을 싸게 산다거나, 10분 ~ 15분만에 내리고 청소하고 태우고 출발하는 퀵턴을 한다거나, 직원들의 임금을 억제한다든가 하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해서 저가에 맞추고 있다.

 

이런 피나는 노력으로 가격이 비교적 싸기 때문에 보통의 배낭여행족을 중심으로 수요가 확실히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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