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일본 도쿄의 지명. 도쿄의 주요 테마 관광지 중 하나이자, 전세계 오타쿠라면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 보길 소망하는 성지이다.

 

오덕후 세계와 연관없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을 왕래해본 사람들에게는 '오타쿠의 성지'라는 이미지보다는 '왕년의 전자상가'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아있다.

 

 

 

 

▣ 상세

 

'만화왕국'으로서 일본을 상징하는 오타쿠 문화의 본고장이자 집합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관광지이며 한편으로는 도쿄 중심부의 주요 교통 요지와 오피스 타운의 면모 또한 가지고 있는 기묘한 번화가이다. 대개 아키하바라역 주변과 그 서쪽 편에 있는 주오도리(中央通り) 주변 정도 혹은 소토칸다(外神田) 일대를 '아키하바라'라고 일컫는다.

 

오타쿠 굿즈 관련 가게들은 보통 오전 10시는 지나서야 차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점심시간대부터 본격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아키하바라가 완성(?)된다. 밤 늦게까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인데 정작 덕질 관련 가게들은 상당히 일찍 문을 닫는 편이다. 사실 일본의 밤문화가 좀 빨리 끝나는 편이라 한국으로서는 일찍 닫는 거지만 일본 기준으로는 상당히 늦게까지 여는 편이다. 보통 아침 10시에 문을 열어 큰 곳들은 저녁 7 ~ 8시, 좀 작은 가게들은 5시쯤에 문을 닫기 시작한다.

 

일본 외에 거주하는 오덕후들은 아키하바라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정말 어떻게 보면 환상적인 곳이다. 국내에서는 비주류로 다루어지는 취미와 관련된 매장을 찾기 위해 서울 전 지역을 돌아다니거나 얼마 안 되는 온라인 샵들을 이용해야 하지만 아키하바라는 그런 매장이 적게는 두세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까지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오덕후'하면 떠오르는 미소녀 피규어, 건프라 등은 물론이고 철도, 모형총기, 80년대 애니메이션, 자동차 등 가히 무한에 가까운 테마상품들이 쌓여 있다.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생에 한 번은 들러 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없더라도 각종 전자제품 등의 면세쇼핑을 즐기는 데 도쿄에서도 이만한 곳이 없다.

 

 

오덕후들을 가장 처음 맞이하는 아키하바라역 역명판

 

 

서점이나 모형점 등 단순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아키하바라에는 독특한 점포가 많다. 무엇보다 아키하바라를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메이드 카페를 들 수 있고, 메이드와 함께 마작을 칠 수 있는 마장이나 보드 카페처럼 휴대용 콘솔을 즐기러 모일 수 있는 집회소나 동인 작가를 위한 대여 스튜디오도 있다. 종종 뉴스에도 나오는 업소녀 대신 메이드가 나오는 유사풍속점도 사실 거의 아키하바라에 모여 있으며 의외로 클럽도 여기저기 있지만 거기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거의 J-코어 또는 애니송 리믹스다. 또한 전자부품 등을 많이 다루던 데서 착안해 개인의 공작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공구나 시설 등을 갖춰 놓은 공작 카페 등도 있다. 단순히 드릴 같은 것만 가져다 놓은 게 아니라 DMM에서 운영하는 'DMM.make AKIBA' 같은 곳은 PCB 인쇄 설비나 CNC 설비 등 실제 산업 현장에 준하는 본격적인 시설을 갖춰두기도 한다.

 

이전부터 아키하바라 곳곳에 면세점이 상존하고 있었는데 2013 ~ 2016년 중국경제 성장으로 인한 중국인들의 단체관광 쇄도 및 엔화 가치 하락으로 한때 아키하바라에 중국인들이 들끓었던 적이 있었다. 한 번 사면 몇 십만 엔 어치를 살 정도로 싹쓸이 쇼핑으로 유명한 유커들 덕분에 아소비트시티 등 몇몇 가게들은 덕질용품 판매사업을 접고 중국인을 위한 전자제품이나 면세상품 판매에 주력하기도 했었다. 심지어 중국인들이 오덕후 굿즈까지 싹쓸이해서 막상 가면 일부 품목은 이가 빠지거나 재고가 없는 경우도 더러 있었고 바가지를 쓰는 경우도 흔했다. 몇몇 곳에서 파는 피규어들은 도쿄타워 쇼핑물이 더 저렴했을 정도... 이와 더불어 아키하바라 주변 호텔들도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만실인 경우가 허다해서 예약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다만 2016년 이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이 때문에 호텔 예약도 그나마 한층 여유로워졌다. 반면 개별로 여행하는 중국인 관광객인 싼커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또한, 입국 조건이 중국인보다 편하고 저가 항공으로 인해 일본 여행이 국내 여행과 경비차이가 별로 없어진 데다가 덕후문화&서브컬쳐의 양지화로 인해 아키하바라를 찾는 대만인 또는 한국인 관광객이 예전보다 많이 보이는 실정이다.

 

 

아침과 저녁은 교통의 요지답게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바글바글하다.

 

 

▣ 아키하바라 관광

 

해외의 오덕들 중에선 한국이 최고의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일본과 가장 가깝다는 점이다.

 

해외여행은 기본적으로 긴 비행기 시간, 시차 적응 등 여러 문제가 있는데 한국에선 시차 적응 없이 비행기 타고 2시간 이내에 도쿄로 이동이 가능하다. 심지어 직장인들도 휴가 없이 다녀올 수도 있는데 여행사 자유여행 상품을 보면 금요일 저녁 출발, 일요일 저녁 귀국 행이 있을 정도다. 마치 슈퍼맨이 퇴근 후에 와이셔츠를 열어제치고 슈퍼맨 차림으로 날아가듯 퇴근 후에 와이셔츠를 과감히 풀어헤치고 안의 오덕 셔츠를 드러내며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탄 후 아키하바라에서 불금을 만끽한다면 오덕에겐 이보다 더 한 기쁨은 없을 것이다.

 

저가 항공사가 많아지고 거리 자체가 짧아서 성수기만 아니라면 비행기 요금도 무척 저렴하며 1박에 3 ~ 4만원 하는 캡슐호텔같은 싸디 싼 숙박시설도 많아서 혼자 가볍게 놀다올 수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도쿄 물가 자체가 비쌌지만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는 교통비 정도를 제외하면 서울과 큰 차이도 안난다. 아키하바라 관광 그 이상으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여행지는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으며 실제로 서울특별시 기준으로 부산광역시, 목포시, 제주특별자치도 등 국내 원거리 여행이나 도쿄 여행이나 시간과 비용을 따지면 큰 차이도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싹쓸이 쇼핑으로 유명한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VIP 대접을 받는다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인은 물론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은 까다로운 관광비자를 발급받아야 갈 수 있다. 그나마 최근 몇 년간 방일 외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내수 활성화 조치로 여행사를 통한 비자발급을 대폭 간소화하였는데 덕분에 중국인과 동남아 관광객 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크루즈를 통한 입국시에는 무비자로 상륙허가를 받을 수도 있다. 물론 한국인들은 2005년 나고야 아이치 엑스포 이후로 90일간 무비자조치가 계속되고 있어 관광비자 없이 그냥 여권 하나 달랑 들고 일본행 비행기에 올라타면 그만이다. 게다가 빅맥지수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이나 동남아인들에 비해 한국인들이 물가차이를 체감하는 게 덜하다.

일본 관광청도 아예 일본 대표 여행지에 당당하게 아키하바라를 걸어놓거나 아키하바라 관광 전용 홈페이지까지 만들 정도로 홍보에 굉장히 적극적이어서 외국인도 많이 돌아다닌다. 아예 유창한 일본어로 쇼핑을 하는 외국인들도 종종 만날 수 있는 편이며 실제로 양덕들이 카트를 끌고 다니며 피규어를 쓸어담고 있는 모습이나 컬처쇼크에 흥분한 젊은이들이 신나서 뛰어다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아키하바라역 전기상점가 출구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렇게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아주 기초적인 것 외에는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것이 일본어를 모르는 관광객에게는 최대 단점이다. 예를 들어 해외에도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일본 최대 애니메이션 굿즈 가게인 '만다라케 컴플렉스'조차 직원들에게 영어실력을 요구하진 않다보니 괜히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답답해 하지 말고 적어도 "이거 주세요(これください)." 같은 기초적인 일본어 문장 몇 개는 외우거나 수첩에 적어가야 편하다. 대신 호텔을 비롯한 주변 숙박 시설들은 쇼핑이나 해외출장 온 외국인들이 하도 많이 오다보니 영어가 굉장히 잘 먹히는 편이다. 특히 비즈니스 호텔은 거의 100% 통한다. 또한, 아예 한국인이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배치한 호텔도 있다.

 

만약 여행 기간이 주말에 한정되지 않는다면 주말보다는 주중에 가는 것이 쇼핑하기 편한데 주말의 아키하바라는 상상 이상으로 혼잡하다. 지방에서 올라온 현지 오타쿠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뒤섞여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비라도 내리면 우산 때문에 거의 교통정체를 연상케 할 정도로 혼잡해진다. 주말에는 보행자천국이 열리는 오후 1시부터 6시 사이 또는 주중 이른 시간인 오전 10시 ~ 오후 2시쯤 가면 그나마 쾌적하게 아키하바라를 즐길 수 있다. 다만 대부분의 가게가 오전 11시 이후에나 문을 열고 어떤 가게는 오후가 되어야 여는 경우도 있으니 너무 일찍 아키하바라에 갈 필요는 없다.

 

아키하바라에는 특히 라멘집이 많고 유명한 곳은 줄을 서서 먹기도 한다. 점심 피크 시간대의 아키하바라 식당들은 혼잡해서 주중 점심에도 줄을 서야 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짐을 들고 있다면 근처 코인라커에 짐을 넣어두거나 숙소 프론트에 맡겨두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밤이 되면 아키하바라는 굉장히 화려하게 변한다.

 

 

▣ 아키하바라로 가는 길

 

일반적으로 하네다 공항은 도쿄 중심으로 접근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고, 나리타 공항은 저가 항공사가 많이 취항하고 있어 항공권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도쿄와 멀다는 단점이 있는데 아키하바라는 예외이다. 나리타와 하네다 사이 오묘한 위치가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데 특히 케이세이 스카이 라이너를 타면 나리타공항 제2빌딩역에서 닛포리역을 거쳐 아키하바라역까지 최단 48분 만에 갈 수 있다. 가장 저렴하게 가고 싶다면 1,030엔짜리 케이세이 본선 쾌특을 타면 되는데 닛포리역을 거쳐 아키하바라역까지 80분으로 소요시간이 약 두 배 가까이 걸린다.

 

한편 피치 항공이 심야 하네다행 노선을 취항하게 되어 하네다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도 늘었는데 첫차 시간까지 4시간동안 적당히 기다린 뒤 도쿄 모노레일이나 케이큐 공항선으로 도심에 진입한 다음 야마노테선으로 환승하면 대략 30분(최단 23 ~ 24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이처럼 아키하바라는 나리타 공항에서 접근성도 나쁘지 않으니 저가항공사와 캡슐호텔 조합이면 아키하바라에서 최대한 저렴하게 놀다 올 수 있다.

 

아키하바라 인근 캡슐호텔은 가격이 1박에 4천 ~ 6천엔 선으로 비싼 대신 시설이 꽤 괜찮고, 무엇보다 쇼핑이 목적이라면 접근성 면에서 매우 편리하다. 만약 개별 객실과 저렴한 가격을 원한다면 아키하바라역에서 지하철로 불과 5정거장 떨어진 미나미센쥬역 인근 저가 비즈니스 호텔을 이용할 수도 있고 2인 이상이라면 지하철 2 ~ 3정거장 내외 거리에 적당한 가격과 퀄리티의 호텔들이 있다.

 

 

▣ 보행자천국

 

일요일이면 보행자 천국이 열려 오타쿠들이 바글바글하다.

 

 

1973년부터 시작되어 상당히 오래 지속된 도쿄 보행자천국 중 하나로 약칭은 호코텐(ホコ天)이다. 사실 보행자천국이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가 처음인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 곳의 보행자천국은 대단히 유명하다. 2008년부터 한동안 모종의 사건(2008년 6월 8일 일요일에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때문에 중지되었다가 지역 상인들의 요구로 인해 다시 실시하게 되었다. 본래 노상촬영회도 벌어지고 여러 길거리 행사도 펼쳐졌지만 앞서 벌어진 사건 때문에 일절 금지되었고 지금은 그냥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아키하바라 오타쿠들을 구경하는 재미와 더불어 도로를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어 쇼핑하기에도 편리해 보행자천국이 개시하는 날만 기다리는 오타쿠들도 있다. 또한, 이 곳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은 매우 신기해하고 특히 코스프레 복장을 한 오타쿠들을 보고 여러 의미로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2000년대 초중반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보행자천국 개시에 맞춰 여러 주변 상가에서 이벤트가 펼쳐지는 등 즐길거리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매주 일요일에 실시하는데 하절기(4월 ~ 9월)는 13:00 ~ 18:00, 동절기(10월 ~ 3월)는 13:00 ~ 17:00에 열린다. 장소는 만세이바시 사거리(아키하바라 세가 GiGO와 에디온 아키하바라 건물 앞)와 소토칸다5번가 사거리(스에히로초역) 사이이다. 단, 날씨에 따라서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가보고싶다면 미리 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 관광할 때의 팁

 

아키하바라에는 거대 상점들 외에도 거리로 들어가면 중소규모 가게들이 널려 있는데 취급하는 물건들도 천지차이며 그만큼 가격 매기는 법도 다르다 보니 동일 제품이라도 가격이 상당히 차이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즉, 한 가게에서 물건이 맘에 들었다고 무조건 집어들었다간 알게 모르게 호갱이 될 수도 있으니 구입하기 전에 다른 곳도 꼭 둘러보고 결정하자. 이 외에 아예 간판도 달리지 않은 채 건물 2, 3층 혹은 지하에 숨어있는 가게들도 종종 보이기도 한다. 만약 날잡고 쇼핑을 할 생각이라면 이런 곳도 들러보는 게 좋다.

 

또한, 부지런한 거리답게 상점들이 1년이 머다하고 사라지거나 위치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가져온 지도가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못해도 그 중 두세 개는 이미 사라졌거나 자리를 옮겼다고 보면 되며 그 이상으로 오래된 거라면 그냥 반만 맞기를 기대하는 게 좋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최신의 지도를 챙겨가도록 하자.

 

하지만 딱히 가이드나 별 사전 조사가 없어도 가게가 뭘 취급하는지 너무 뻔하다 보니 일본어를 전혀 몰라도, 지도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관람이 가능하다. 사람이 정말 많긴 하지만 관광에 방해될 정도까지는 아니며 골목들은 차량이 다니지 않게 하여 보행자들에게는 여러모로 편한 편이다.

 

일본어가 된다면 서적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K-Books, 애니메이트 등에서 시간 때워도 된다. 근처에 관광 명소로 불리는 곳도 많으므로 만약 단체로 간 경우 일부는 아카하바라에 남고 일부는 근처 유명 관광지들을 천천히 구경해도 된다. 그냥 이쪽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거리에서 코스프레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만 봐도 꽤나 구경거리가 되며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야경 관람도 할 만하다.

 

딱히 아키하바라에서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너무 물건을 많이 구매해서 귀국시 세관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보통 면세범위가 넘어가면 걸리는 것으로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면세범위가 넘지 않아도 물건의 개수가 너무 많으면 보따리상으로 의심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도 일본에 나가는 김에 되팔려는 목적으로 왕창 챙겨오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 세관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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